나이가 든다는 것, 혹은 나이 먹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나에게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와 결혼한 지 금년 10월이면 25년이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싸움이 심했었다. 이유는 한 가지 기선제압(?)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나면서 가정의 평화는 공처가의 훈장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내는 항상 자신이 나에게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항상 부지런하고 삶에 최선을 다해 온 사람. 그 아내가 내 눈에 소중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 아내의 눈물이 보이기 시작 했고 어느 순간에 아내의 신음이 들리기 시작 했다. 그동안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나에게 그렇게 좋은 아내가 요즘 병을 앓고 있다. 목 디스크에서 시작해서 carpal tunnel syndrome(수근관증후군)이란 병을 앓고 있다. 둘 다 아주 심한 상태는 아니지만, 매일 힘들어하고, 아파한다. 매일 주물러주고 파스 붙여주고, 설거지도 가끔 해주고, 김치찌개도 끓여주고(내가 가장 잘하는 요리?) 그리고 커피도 내려주고... 나로서는 이전에는 거의 해보지 않았던 일들이다. 내가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게 했던 사람이 아내다. 그만큼 내 아내는 나 에게 헌신 했다. 다시 말해서 나 때문에 혹사당한 것이다. 이렇게 나이가 들면서 내가 철이 들어가는지 요즘의 내 삶이 정말 감사와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 감사하며 살 수 있는 방법. 그것은 얼마만큼 소유 했는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얼마만큼 만족하며 사는가?로 결정 되는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면서 내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날카로움이 무뎌진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비판의 눈으로 보던 것들이 이제는 이해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여우가 생겼다. 과거에는 용서 할 수 없던 생황이 이제는 이해 할 수 있는 배려의 상황으로 많이 변했다. 기다리지 못하던 상황도 이제는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하려고 힘들여 노력하던 부분도 이제는 나 스스로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포기할 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이해, 용서, 기다림 그리고 포기를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삶이 행복해 지는 것 같다. 물론 이쯤에서 아이들의 자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큰 아이는 간호대학 3학년이다. 둘째 아이는 아들인데 주립대학 2학년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한다. 집에서 돈 한 푼도 안대주고 기숙사와 학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있다. 막내는 이번에 대학을 가는데 타주로 가기에 학비와 등록금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전교 3등으로 졸업하게 되었으니 그 또한 해결 방법이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문제와 아내와의 관계 모두가 행복 그 자체이다. 아직까지 밖에서 아이들 때문에 칭찬은 들을지언정 욕을 먹은 적은 없다. 그러면 된 것 아닐까? 게다가 아이들이 개인적으로 그리스도를 주로 믿으며 믿음의 고백을 하고 살아간다.
아이들의 실력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은 부모지만, 아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것이 보이는 이유는 하나다.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 하는 송골매의 노래 “이가 빠진 동그라미!”가사이다.
1.한 조각을 잃어 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
슬픔에 찬 동그라미 잃어 버린 조각 찾아
데굴 데굴 길 떠나네
2.어떤 날은 햇살 아래 어떤 날은 소나기로
어떤 날은 꽁꽁 얼다 길옆에서 잠깐 쉬고
에야 디야 굴러 가네
3.어디 갔나 나의 한 쪽 벌판 지나 바다 건너
갈대 무성한 늪 헤치고 비탈진 산길 낑낑 올라
둥실 둥실 찾아 가네
4.한 조각을 만났으나 너무 작아 헐렁헐렁
다른 조각 찾았으나 너무 커서 울퉁 불퉁
이리 저리 헤매누나
5.저기 저기 소나무 밑 누워 자는 한 쪼가리
비틀 비틀 다가 가서 맞춰 보니 내 짝일세
얼싸 좋네 찾았구나
6.기쁨에 찬 동그라미 지난 얘기 하려다가
입이 닫혀 말 못하니 동그라미 생각하네
이런 것이 그렇구나
7.냇물가에 쭈구리고 슬퍼하던 동그라미
애써 찾은 한 조각을 살그머니 내려 놓고
데굴 데굴 길 떠나네
오늘은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것 같다. 나는 당뇨병을 15년째 가지고 있다. 당뇨병을 잘 다스리려면 당뇨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내 삶에 주어지는 고통과도 적당히 친구 관계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 한다.
나의 삶에 있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분명 행복이다. 그리고 이런 행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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